2021이방인/일상

독일 겨울 등산, 프랑크푸르트 근교 Lindenfels(1.Januar.2021)

ujust 2021. 1. 3. 03:20


# 2021년 1월 1일

독일 겨울산 등산, 해돋이.

8시 45분에 해 뜬다며. 여긴 독일이고, 겨울이라 그렇다며.
Anja가 일기예보를 보더니 해가 저 때 뜬다고 했다. 조금 의심스러웠지만 한국과는 다르구나 했다. 그래서 7시에 출발했는데 가는 도중에 벌써 날이 밝았다:(


그래서 해돋이를 보는건 포기하고, 가는 길에 너무 예쁜 시골길이 있어 잠시 차를 세웠다. 실제로 보면 더 예쁜 동화같았던 곳.


# 오늘은 1년만에 프랑크푸르트를 벗어난 날이다. 2020에는 집-회사만 반복. 독일은 1월 1일에 한국처럼 해돋이를 보러 산에 사람이 몰리지 않을 것 같아 룸메이트들과 겨울산 등산을 계획했다. 정말 산에 우리말고 사람이 1도 없었다. 그 전날 12월 31일에 눈이 와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거 크게 신경 안쓰고 무작정 신난 우리들은 눈과 안개가 자욱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여기는 Lindenfels.
프랑크푸르트에서 크게 멀지 않은 도시이다. 프푸근교에 사시는 분들께 적극 추천. 산도 많이 높지 않고 완만해서 걷기 좋았다. 지도는 우리가 차를 세운 6번 등산로이다.

Parkplatz Sauwaad
Nibelungenstraße 2, 64678 Lindenfels
https://maps.app.goo.gl/1qzov4CJ4QsLyCbZ9

Parkplatz Sauwaad

★★★★★ · 주차장 · Nibelungenstraße 2

www.google.com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등산로 입구에서 만난 귀여운 댕댕이. 록키. 날 향해 미칠듯이 반가움을 표시했다.


여기서부터 등산로의 시작. 안개가 자욱하고 사람이 없어 조금 무서웠다. 하지만 개의치 않아 하는 다른 친구들. 입구에는 눈이 없었는데 올라가면 갈수록 눈 밭이었다.

중간에 뭘 하는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차가 방치된 곳도 있었다. 자세히 보면 예뻤던 앤틱카.

녹슨 차.

또 중간에 신기하고 오묘한 독일식 주막같은게 있었다. 온통 그림이 그려져 있던 집. 영화에서나 볼법만 그런 집이었다.

중간정도 올라가니 온통 눈이었다. 이런 눈밭을 청바지 입고 일반 운동화를 신고 올라간 나:) 대단한 패기이다.


이때가 제일 웃겼다. 너무 고요한 등산길에 눈사람을 만들어 주고싶다며, 굳이 오르막길을 눈을 굴리며 올라가는 아이들. 장갑도 없는 맨손으로 가파른 오르막길을. 진짜 사서 고생하는 우리. 눈은 잘 굴려졌지만 눈에 나뭇잎이 섞여 예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발로 차버림.🤣🦵

 이건 올라가서 사냥을 했던 곳이라는데. 정확한 용도를 모르겠다.


독일의 산은 한국과 달리 이정표와 표지판이 친절하지 않았다. 나무에 이렇게 지금 루트가 몇번인지 적혀있는게 전부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너무 드문드문 있어서 우리가 바른 길로 가고 있는지 헷갈렸다. 결국 6번 등산로로 시작했지만 가다보니 4번 나무를 만나고 2번 길을 만났다. 6번만 쭉 따라 올라 갔다면 별로 높은 등산이 아니었을텐데 우리가 능선을 따라 계속 걷고 걸은 것 같았다. 결국 6번을 찾다가 안개가 자욱한 겨울 산에서 길을 잃을 것 같아 중간정도에서 하산했다.

 

 

 

# 1월 1일이라고 꼭 해돋이에 의미를 둔 건 아니었다. 어차피 평소에도 잔다고 해돋이 못 가는데 뭐. 그런데 독일에서 아직 못 해본 경험이 등산이었다. 한국처럼 산이 많지 않기 때문에 꼭 차를 타고 멀리 이동해야 했다. 뚜벅이인 나는 그 점이 어려웠다. 그리고 룸메들이랑 이런 공휴일이 아니면 시간 맞추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등산을 한 Lindenfels 근처가 룸메의 본가였다. 룸메의 본가는 지금 부모님께서 할머니 댁에 가셔서 아무도 없이 비어있었다. 그래서 등산 겸 룸메 본가 방문. 점점 독일에서 꼭 해보고 싶었던 버킷리스트를 해보고 가는 기분이다. 정작 진짜 중요한 C1는 너무 먼 일이지만.

# 2020은 내 마지막 20대였다. 코로나로 인해 유럽에 사는만큼 다양한 경험은 못 했던 것 같다. 혼자 있을 시간이 많았는데 내 마지막 20대는 넷플릭스같은 프로그램에 다 바친 것 같다. 아쉽다.

30은 어떨까. 뭐가 달라질까. 아직 체감하는건 없지만 벌써 새로운 해 1월이 시작되었다. 아직도 12월 32일, 33일처럼 작년의 연장선처럼 느껴지네. 정신차려야겠다.

2021 잘 해보자.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