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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547) 백승호 선수/ SV Darmstadt 98 vs Karlsruher2018~2020 독일 라이프/2018~19워홀러 라이프 2019. 11. 3. 07:37
2019.10.26. 화 SV Darmstadt 98 vs Karlsruher
약 한~두 달 전에 예매한 SV Darmstadt 98 (mit 백승호 선수)의 경기. 평일에 있는 경기라서 직장을 마치고 부랴부랴 Darmstadt로 달려갔다. 약 20시 30분에 시작하는 경기라서 우리는 입장 전에 먹을 것도 사 먹고, 굿즈 샵도 들릴 계획이었다. S-Bahn을 타고 나름 넉넉하게 시간을 잡고 갔는데 문제는 S-Bahn을 내리고 버스로 갈아 타고 난 후 부터 였다. 다름슈타트의 홈 경기라서 경기를 보러 가는 사람들로 차가 너무 막혔다. 하지만 센스있는 버스 기사님께서 "다들 경기장 가는 거 맞죠?"라고 묻더니, 다른 정거장에 정차를 안 하시고 그냥 쭉 경기장으로 직행하셨다. 기사님 짱!:)
항상 휴대폰이나 TV로만 축구를 봐 왔기 때문에 나는 직관이 처음이다. 그래서 퇴근 길이라 배가 고프기도 하고, 한 손에 빵 봉지를 야무지게 쥐고 경기장에 갔다. 그런데 입구에서 티켓 검사를 할 때 몸 수색?과 가방 수색도 하고, 먹을 건 가지고 들어갈 수 없었다. 결국 프랑크푸르트에서 다름슈타트까지 손에 꼭 쥐고 온 빵 봉지는 버려야 했다. 하지만 티켓을 내고 들어가면 먹거리 천국~! 맥주와 커리부어스트, 포메스를 파는 노점상이 가득하다. 사실 축구보다는 그저 백승호 선수를 보러 갔던 나는 경기 중에 먹을 음식을 잔뜩 사서 갔다. 음료수랑 포메스, 그리고 전반전 끝나고 한 번 더 나가서 핫도그를 사서 들어왔다는.
그렇게 입장한 경기장! 생각보다 작았던 경기장. 그런데 난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무언가의 아우라는 없지만 선수도 더 가깝게 느껴지고, 다들 동네 주민들이 온 것 같은 분위기가 정겨웠다. 야무지게 핫 팩도 챙겼고, 사람들이 모이니 생각보다 춥지도 않았다.
내 생의 첫 경기 티켓. 티켓이 아니라, 프린트 한 종이라서 조금 아쉽다. 경기 시작 전에 안개가 자욱히 깔리고, 서포터즈 석에서 열띠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던 살벌한 응원 소리가 들렸다. 아쉽게도 백승호 선수는 선발이 아니었다. 정말 어이없게도 직전 5경기는 연속 선발이었는데 하필 우리가 간 날은 선발이 아니었다. 백승호 선수 보러 간 건데 못 볼 수도 있다는 각오는 있었다.
이건 백승호 선수와 다른 선수들이 교체 준비를 하러 가는 모습. 이 때 얼마나 가슴이 설레었는지 모른다. 오늘 경기에서는 못 볼 수도 있다고 각오하고 있었는데 한 줄기의 희망 같았던... 그러나 교체 선수들의 연습이 계속 되었으나 백승호 선수는 투입이 되지 않았다. 간절히 기다리던 중, 코치석에서 누군가가 몸을 풀던 백승호 선수에게 가는 모습이 보였다. 출전의 신호!
후반에 교체 출전 준비하는 등 번호 14번 백승호 선수. 진짜 멀리서 보면 더 비율 깡패다. 큰 키에 얼굴은 소멸할 것 같은. 아, 이때 내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는 휴대폰 카메라 때문에 속상했다. 화질이 너무 구리다는. 진정한 덕질을 위해서 라면 대포 카메라라도 사야 하는 걸까? 속상해. 가만히 핫도그에 미칠 듯이 집착하며 먹던 내가 갑자기 어쩔 줄 몰라하며 백승호~를 외치자 내 뒷 자석의 독일 분들이 웃었다. 나도 뻘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처음 경기를 직관하면서 정말 신기했던 점은, 축구 공이 높은 관중 석에 앉았던 내 눈 높이까지 공중에 떳다가 슬로우모션처럼 땅에 떨어지는 것도 보였고, 선수들의 강한 몸싸움과 현장의 긴장감이 느껴졌다.
경기는 계속 됐고, 정말 아쉽게도 후반에 상대 팀에게 한 골을 먹히면서 경기는 종료됐다. 홈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아쉽게 패했던 경기. 경기장에 모였던 다름슈타트 팬들의 아쉬움이 잔뜩 느껴졌다. 경기가 끝난 후 아쉬웠던 우리는 경기장을 지키고 있었고, 이미 수많은 팬들은 경기장을 벗어난 후였다. 나만 아쉬운 건가? 새삼 독일 팬들의 쿨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선수들은 다 같이 수고한 서포터즈 석에 다가가 가벼운 인사를 하고 경기장을 나서는 듯 했다. 그런데 서포터즈 석을 지나 출구로 가려면 우리 자리를 지나가야 하는 루트. 이때부터 가슴이 두근대기 시작함.
(빨간색 = 우리 좌석, 보라색= 서포터즈석, 노랑색= 선수들 이동 루트, 출구)
정말 아래 영상 레전드다. 미칠듯이"백~승~호~"를 외치는 나. 촐싹 대는 내 목소리가 너무 부끄러워서 올리기 싫지만, 그때의 감동이 느껴져서 첨부했다. 동영상을 보면 내 목소리가 진짜 너무 방정맞다. 그때는 너무 흥분해서 생각이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매너가 없었던 것 같다. 경기도 져서 기분도 안 좋을 텐데... 첫 직관이라서 매우 흥분한 상태의 매너가 없는 팬이었던 거 인정. 백승호 선수가 서포터즈들과 가장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고 홀로 걸어가는데, 텅 빈 관중석에서 나 홀로 외치는 소리를 못 들을 리 만무했다. 영상에는 잘 안 나오지만 정말 뻘쭘하게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백승호 선수를 볼 수 있다. 내가 너무 크게 외쳐서 그냥 지나갈 수 없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래도 그냥 멀리서 손을 흔들고 지나갈 수도 있는 건데, 그냥 지나치지 않는 백승호 선수에게 너무 감사했다.
멀리 있을 때에는 정말 목청 껏 외쳤는데, 막상 백승호 선수가 다가오자 우리도 살짝 당황해서 고개를 돌릴까 싶었다. 어쩔 줄을 모르겠더라는. 우리는 설마 우리에게 오는 걸까... 대박 이라며.
정말 나는 전생에 좋은 덕을 많이 쌓았던 사람인가 보다. 첫 직관에서 좋아하는 선수와 이렇게 가깝게 사진을 찍다니. 정말 나는 행운아다!!!!!!! 백승호 선수만 크게 캡쳐. 백승호 선수의 실물이 어느 정도냐면, 같이 갔던 내 친구가 백승호가 사귀자고 하면 사귈 것 같다고 했다. 남자임에도 불구하고...그정도로 실물 깡패. 생에 꼭 한 번은 봐야 할 비주얼. 나는 안정환 다음 미남 차세대는 백승호:)
그런데 백승호 선수님 사진 본인만 잘 나오게 찍으실 거예요? 옆에 우리는 완전 오징어. 아휴, 누굴 탓해. 화장 지워지는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포메스 먹고 핫도그 먹은 내 잘못이지. 진짜 어이없던 건 경기장을 나가고 나서 내 목도리가 사라진 걸 알았다. 왔던 길을 되 돌아 경기장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이미 문이 닫혀 들어 갈 수 없었다. 그런데 내 목도리의 근황을 이 사진에서 알 수 있었다. 백승호 선수와 사진을 찍는데 정신 팔려서 목도리가 난관에 떨어진 줄도 몰랐다. 안녕 체크 목도리야. 내가 정말 아끼고, 좋아했던 거 잊지 말아 다오.
이건 우리와 사진을 찍어 주고 터덜터덜 돌아가는 뒷 모습.
마지막으로 내가 제일 애정 하는 사진. 그리고 다음 날 내 친구들이 다 난리가 난 사진. 경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첫 번째로 아빠에게 전화를 해서 자랑을 하고, 당장 카톡 프로필 사진을 이 사진으로 바꿨다. 대화명에 백승호라고 적어 놔서 친구들이 다 알 줄 알았다. 그런데 다음 날 카톡을 보니, 다들 '외국 보내 놨더니 남자친구나 사귀고 다니냐' 며 난리가 났다. 거의 10명 가량이 연락이 왔다는. 정말 연락을 자주 안 하던 친구들까지 전부 연락이 왔다. 생일에도 연락 안 해 주는 것들이. 그래서 내가 사실 축구 선수, 백승호라고 하자, 친구들은 더욱 더 놀래며 '남친이 축구 선수냐며!!!!!!' 더 흥분의 도가니가 됐었다. 내 친구들은 축알못.
내가 남자 친구가 생기는 게 이렇게 모두의 바람일 줄은 몰랐다. 오랜만에 친구들한테 관심 받았다. 너무 웃겼다. 그런데 다다음날까지 남자친구 생겼냐며 물어오는 친구들 때문에 하루만에 프사를 내렸다. 그리고 혹시 백승호 선수에게 고소 당할까봐. 여친 행세한다고. :( 미처 몰랐는데 나 남친 짤을 건진 것 같다. 보기만 해도 아직까지도 설레이는 사진.
축구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잇다. 원래 가족들이 자주 스포츠를 챙겨 보는 편이라서 자연스럽게 접했다. 그런데 취업 준비생 때였나? 그냥 이유 없는 불안감과 스트레스로 만성 위염에 시달렸다. 밥도 못 먹고 온 몸이 힘들었다. 그때 집에서 국가대표 축구 경기를 보는데, 우리 나라가 이기는 걸 보고 뭔가 속이 확 뚫리는 기분과 머리 속에 아무 생각이나 고민도 들지 않고, 오로지 가슴 깊숙한 곳부터 올라 오는 벅참과 기쁨을 느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렇게 확 웃고 나자 몸이 아팠던 게 사라지고 밥도 먹을 수 있었다. 그때 알 수 있었다. '내가 아팠던 게 진짜 아픈 게 아니라, 심적으로 힘든 거 였구나. 나 지금 힘들구나.' 그때부터 나는 스포츠가 주는 사람에게 주는 쾌감과 즐거움 등 긍정적인 효과를 믿는다. 그리고 백승호 선수의 팬이 됨으로 나에게 미칠 더 긍정적인 효과를 믿는다 :)
독일에 온 지 1년 반이 되어 가면서, 점점 향수병에 미칠 것 같은 시점이었다. 그런데 다시 독일에 있어야 할 작은 이유가 생겼다. 진짜 다름슈타트로 이사를 올까? 다름슈타트 대학교에 지원해 볼까? 엄마,아빠 철부지 딸이라서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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