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얼마 전에 '이별'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남녀간의 사랑 문제가 아니라,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그 이별에 대해서 생각을 정리했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하나의 글을 보고 '이별'에 조금 더 초연해 질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이 들었다.
그건 불교의 글귀였다. 죽음도 인생의 순리라는 것. 그리고 모든 사람은 그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이별을 너무 비극으로 생각하지 말고, 인생의 마지막 여정 단계라고 자연의 이치처럼 생각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니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편했다. 더이상 누군가와의 이별로 마음이 힘들것 같지 않았다.
나는 어렸을 때 부터 유독 '이별'이 무서웠다. 여름 방학에 놀러왔던 사촌언니가 다시 집으로 돌아 갈 때도 너무 슬펐고, 뉴스에 나오는 수많은 사건 사고들이 내 일처럼 슬프고 무서웠다. 유독 겁이 많은 성격때문에, 그리고 그런 성격때문에 늘 언제 마지막이 될 지 모르니 바로 지금 부모님께 잘하자라고 생각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그와의 이별은 고통스럽고 힘들다. 그리고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이지만 무섭고 덜컥 겁난다. 막연한 상상만으로도 눈시울을 자극한다.
기독교라 불교의 가르침에 대해 문외한이던 나는 처음으로 불교에서 주는 편안함을 느꼈고, 나도 그렇게 편하게 생각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렇게 이별에 초연해진줄 알았다.
한국 집에 전화할 때마다 점점 나이드는 모습이 보이는 부모님. 한 해, 한 해가 갈 때마다 한 ,두군데 씩 아픈 엄마, 아빠를 보면 이별이 너무 무섭다. 갑작스럽게 찾아 올까봐 무섭고, 그들이 부재하더라도 나는 살아나가야 한다는 현실이 무섭게 느껴진다. 영원히 이별하고 싶지 않고, 내 곁에 머물렀으면 좋겠다. 놓을 수가 없고, 놓고 싶지 않다.
세상의 모든 이별에 반대한다.